사찰을 여러 곳 다니다 보면 같은 '본전' 건물인데도 이름이 제각각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대웅전, 대웅보전, 무량수전, 극락전...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이 이름들은 그 절이 어떤 부처님을 중심으로 모시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름의 차이를 알고 나면, 사찰 이름표만 봐도 그 절이 어떤 신앙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모신 곳
대웅전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본전 이름으로,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신 건물이다. '대웅(大雄)'이라는 말 자체가 큰 영웅, 즉 세상의 진리를 깨달은 위대한 존재를 뜻하는데, 이는 곧 석가모니불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대부분의 전통 사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이 대웅전인 경우가 많으며, 부석사·화엄사처럼 규모가 큰 사찰에서도 대웅전이 경내 중심축을 이루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대웅보전과 극락전, 격이 다른 이름들
대웅보전은 대웅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석가모니불과 함께 다른 부처님을 협시불로 함께 모실 때 붙는 이름으로, 격을 한층 높여 부르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편 극락전(또는 극락보전)은 서방 극락정토를 관장하는 아미타불을 모신 건물을 가리킨다.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신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49재나 천도재 같은 의식이 이 건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름만 보고도 그 절이 어떤 신앙적 색채를 강조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무량수전, 부석사가 특별한 이유
무량수전은 극락전과 마찬가지로 아미타불을 모신 건물에 붙는 이름인데, '무량수(無量壽)'는 헤아릴 수 없는 수명, 즉 영원한 생명을 뜻하는 아미타불의 다른 이름에서 따온 표현이다. 앞서 소개한 부석사의 국보 무량수전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같은 아미타불을 모시면서도 절에 따라 극락전이라 부르기도 하고 무량수전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은 그 사찰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명칭과 신앙적 강조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로전과 대적광전, 또 다른 이름들
이 외에도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이나 대적광전이라는 이름도 종종 볼 수 있다. 비로자나불은 우주 만물을 두루 비추는 진리 그 자체를 상징하는 부처님으로, 화엄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화엄종을 근본으로 하는 사찰일수록 이런 이름의 건물을 중심에 두는 경우가 많아, 건물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 절이 어떤 불교 사상을 뿌리로 삼고 있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같은 '본전'이라도 이름에 따라 그 안에 담긴 신앙의 결이 달라진다. 다음 사찰 여행에서는 현판에 적힌 이름을 한 번 더 눈여겨보는 것만으로도, 그 절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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