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천왕문에 들어서면 좌우로 우락부락한 표정의 거대한 four 사천왕상이 방문객을 내려다본다. 처음에는 그저 위압적인 조각상으로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물건들은 각 천왕이 맡은 역할과 상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동방 지국천왕, 비파를 든 수호자
동쪽을 지키는 지국천왕은 대개 비파(현악기)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뜻을 지닌 지국천왕에게 비파가 함께하는 이유는, 음악으로 중생의 마음을 다스리고 조화롭게 이끈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사나운 표정과 달리 손에 든 것이 악기라는 점이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남방 증장천왕, 칼을 쥔 수호자
남쪽을 맡은 증장천왕은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가장 자주 표현된다. 증장(增長)이라는 이름처럼 만물을 자라나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도,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쥐고 있어 그릇된 것을 베어내고 바른 법을 지킨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네 천왕 중 가장 강인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아, 사찰 안내를 받을 때 방문객들이 유독 오래 눈여겨보는 상이기도 하다.
서방 광목천왕, 용과 여의주를 든 수호자
서쪽을 지키는 광목천왕은 용을 감아쥐고 다른 손에는 여의주를 든 모습으로 조각되는 경우가 많다. '광목(廣目)'이라는 이름처럼 넓은 눈으로 세상을 두루 살펴 나쁜 것을 다스린다는 의미를 지니는데, 용을 손에 쥔 모습은 세상의 혼란스러운 기운마저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앞서 단청 이야기에서 다룬 용의 상징이 사천왕상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북방 다문천왕, 보탑을 받쳐 든 수호자
북쪽을 지키는 다문천왕은 손 위에 작은 탑(보탑)을 받쳐 든 모습으로 표현된다. '다문(多聞)'이라는 이름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듣고 지킨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손 위의 보탑은 그 가르침이 담긴 법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네 천왕 중 유일하게 무기가 아닌 법의 상징물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지혜와 배움을 강조하는 존재로 이해할 수 있다.
비파, 칼, 용과 여의주, 보탑까지. 네 개의 손에 들린 물건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지키는 방법을 보여준다. 다음 사찰 천왕문을 지날 때는 무서운 표정 대신, 손에 든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여행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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