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구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5년(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화엄종의 대표 사찰이다. 지리산 노고단 자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이 절은 규모부터 남다른데, 그 중심에는 조선시대 목조건축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각황전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 각황전 앞에 섰을 때 느껴지는 압도감은, 사진으로 미리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임진왜란의 잿더미에서 다시 세운 이름, 각황전
각황전은 원래 '장륙전'이라는 이름의 건물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고, 조선 숙종 25년(1699년) 계파대사가 중건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각황(覺皇)'이라는 이름에는 숙종이 이 건물의 중건을 지원한 데 대한 감사의 뜻과, 부처의 깨달음을 기린다는 두 가지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정면 7칸, 측면 5칸에 이르는 웅장한 규모는 현존하는 조선시대 불전 중 최대 크기로 꼽히며, 국보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사자삼층석탑과 효심 이야기
각황전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이다. 네 마리의 돌사자가 탑을 떠받치고 있는 독특한 구조로, 탑 가운데에는 연기조사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인물상이 조각되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연기조사가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담아 이 탑을 세웠다고 하는데, 돌사자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천 년 전 누군가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리산과 함께 둘러보는 동선
화엄사는 일주문에서 대웅전, 각황전을 거쳐 사사자삼층석탑이 있는 언덕까지 이어지는 동선으로 둘러보기 좋다. 특히 각황전 뒤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사사자삼층석탑이 있는 효대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화엄사 전경과 지리산 자락이 어우러진 풍경은 화엄사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걷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계단 구간이 있어 편한 신발을 챙기는 것이 좋다.
다녀오기 전 참고할 점
화엄사는 봄철 흑매화(각황전 옆 홍매화)로도 유명해서 3월 말이면 전국에서 사진을 찍으러 오는 발길이 이어진다. 경내가 넓은 편이라 최소 1시간 30분 이상은 여유 있게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고, 지리산 성삼재나 노고단 등반과 연계해서 일정을 짜는 여행객도 많다.
화려한 단청 없이도 그 자체로 압도적인 각황전 앞에 서면, 오랜 시간을 견뎌온 건축물이 주는 무게감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된다. 화엄사는 규모와 이야기 모두에서 지리산을 대표할 만한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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