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처마 끝을 올려다보면, 화려한 색채 아래 숨은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장식처럼 보이는 단청이지만, 그 안에는 용, 봉황, 연꽃, 구름 같은 상징들이 저마다의 의미를 담고 촘촘히 배치되어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그림들을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사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더 깊어진다.
용,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는 존재
사찰 건물 곳곳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상징이 바로 용이다. 대웅전 천장이나 기둥머리, 때로는 계단 소맷돌에까지 조각되어 있는 용은 불법(佛法)을 지키는 수호자로 여겨진다. 물을 다스리는 존재로도 알려진 용이 목조 건물에 그려지는 데는, 화재로부터 절을 지켜달라는 바람도 함께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여러 사찰의 대웅전 안쪽 천장을 올려다보면,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봉황, 상서로움을 알리는 새
용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상징이 봉황이다. 봉황은 성군이 나타나거나 태평성대가 올 때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 속 새로,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세계가 평화롭고 상서로운 곳임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화려한 꼬리깃과 곡선을 그리며 뻗은 목의 형태가 단청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데, 용이 힘과 수호를 상징한다면 봉황은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청의 다섯 가지 색, 우연이 아니다
단청에 쓰이는 색은 대개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다섯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음양오행 사상에서 각각 동서남북과 중앙을 상징하는 색이다.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건물 자체를 우주의 질서와 조화 속에 놓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색이 화려할수록 격이 높은 건물로 여겨지기도 해서, 대웅전처럼 중심이 되는 건물일수록 단청이 더욱 정교하고 화려하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구름과 연꽃, 자주 보이는 또 다른 상징들
용과 봉황 외에도 단청에는 구름 문양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부처님의 세계가 속세와 다른 신성한 공간임을 나타낸다고 전해진다. 연꽃 문양 역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진흙 속에서도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속성이 번뇌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불교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어 사찰 장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화려해 보이던 단청도 그 안의 상징을 하나씩 알고 나면, 그저 예쁜 그림이 아니라 사찰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한 부분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다음 사찰 여행에서는 처마 끝을 한 번 더 올려다보는 것도 좋은 여행법이 될 것 같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