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이야기를 몇 편 써오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어요. 두부, 나물, 버섯까지 다뤘는데 정작 그 모든 맛의 바탕이 되는 '장(醬)' 얘기를 안 했더라고요. 근데 말이죠, 사찰 장류를 파다 보니까 이게 그냥 조미료가 아니라 스님들의 수행과 정성이 통째로 녹아든 발효 과학이더라고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좀 길게 풀어볼게요.
장 담그기,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전통
한국에서 장을 담가 먹은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요. 콩을 발효해 먹는 문화는 중국, 일본에도 있지만, 메주를 띄운 뒤 된장과 간장 두 가지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쓰고 남은 씨간장에 다음 해 새 장을 더해가는 방식은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문화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어져 온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최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이 전통의 한 축을 사찰이 지금까지도 묵묵히 이어오고 있다는 게 참 뜻깊게 느껴지더라고요.
메주에서 된장과 간장이 갈라지는 순간
장을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짚어보면 이래요. 가을에 수확한 콩으로 동짓달 말쯤 메주를 쑤고, 메주에 자연 발효균을 피운 뒤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킵니다. 이때 메주가 소금물과 만나 우러난 액체가 간장이 되고, 건져낸 메주 건더기는 으깨서 된장이 되는 거예요. 한 몸에서 나온 두 가지 장인 셈이죠. 발효는 결국 미생물이 하는 일이라, 장소와 시간, 담그는 방식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거더라고요.
왜 사찰 장맛이 유독 깊다고 할까
오신채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에서 장류는 거의 모든 요리의 간과 감칠맛을 책임지는 핵심 재료예요. 자극적인 양념 없이 깊은 맛을 내야 하다 보니, 장 자체의 품질에 더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실제로 해인사에서는 2년 가까운 준비 끝에 장독 77개에 된장 135킬로그램씩을 담아 전통 방식 그대로 장을 만든 적이 있다고 해요. 이렇게 공들여 만든 장을 직접 맛본 사람들은 "노르스름한 빛깔에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맛"이라고 표현했다는데, 화려한 양념 대신 발효가 만들어내는 이 담백한 깊이가 사찰 장맛의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장독대가 품은 또 다른 의미
사찰 마당 한편에 줄지어 선 장독대는 단순히 저장 공간이 아니라고 해요. 콩을 심고 거두는 일부터 메주를 쑤고 소금물을 맞추는 일까지, 장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1년 가까이 되는데, 이 긴 기다림 자체가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닮아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하… 이 대목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빨리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게 아니라, 계절이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그대로 기다려야 완성되는 음식이니까요.
요즘은 일반인도 만날 수 있는 사찰 장
예전엔 사찰 안에서만 소비되던 장류가, 최근엔 일반인도 만나볼 수 있게 됐어요. 해인사는 대장경 천년 축전을 계기로 스님들이 직접 담근 된장·간장·고추장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고, 세종의 영평사 같은 곳은 '산사의 참맛'이라는 이름으로 된장·고추장·청국장·장아찌까지 다양한 전통 장류를 선보이며 수십 년 묵은 장독만 500개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에도 장 담그기나 장독대 둘러보기 체험이 포함된 곳이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참가 전 프로그램 내용을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종류 | 만드는 방식 | 주요 쓰임 |
|---|---|---|
| 된장 | 메주를 소금물에 숙성 후 건져내 으깸 | 국, 나물 무침의 기본 간 |
| 간장 | 메주를 우려낸 소금물 자체 | 조림, 나물 양념 |
| 청국장 | 삶은 콩을 단기간 발효 | 찌개, 비빔용 |
| 막장 | 된장과 비슷하나 숙성 기간이 짧은 지역 장 | 쌈장, 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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